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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MSG는 왜 다시 사랑받게 되었을까?<맛 트렌드의 변화>

by is-good-taste 2026. 2. 8.

악마 취급받던 감칠맛이 미식의 중심이 되기까지

한동안 음식점 메뉴판에서 자주 보이던 문구가 있었어요.
“MSG 무첨가”.
마치 이 문장이 적혀 있어야
조금 더 믿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죠.

MSG는 오랫동안 몸에 나쁜 것,
가능하면 피해야 할 성분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꽤 달라졌어요.
사람들은 다시 감칠맛을 이야기하고,
육수와 발효, 깊은 맛에 열광합니다.

도대체 MSG는 언제부터
‘악마’에서 ‘주인공’이 된 걸까요?


MSG는 왜 미움을 받게 되었을까?

MSG가 본격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인공적’이라는 이미지가 컸어요.
자연스럽지 않은 맛, 화학 조미료라는 인식이
막연한 불안감을 만들었죠.

여기에 “MSG를 먹으면 두통이 생긴다”,
“몸에 해롭다” 같은 이야기들이 퍼지면서
MSG는 점점 피해야 할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MSG를 쓰지 않는 것이 곧 건강함이고,
자연스러움의 증거처럼 여겨졌어요.
요리에서도, 외식에서도
MSG는 최대한 숨겨야 하는 존재였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MSG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음식들이 늘어났는데,
사람들은 동시에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뭔가 맛이 덜하다”,
“깊은 맛이 부족하다”.

아이러니하게도
MSG를 멀리할수록
사람들은 더 ‘감칠맛’을 찾기 시작한 겁니다.

이때부터 조금씩 질문이 바뀌어요.
“MSG가 정말 그렇게 나쁜 걸까?”
“우리가 좋아하는 그 깊은 맛은 대체 뭘까?”


감칠맛은 MSG만의 맛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감칠맛은 MSG만의 맛이 아닙니다.

다시마, 멸치, 치즈, 토마토, 버섯, 된장, 간장.
우리가 오래전부터 먹어온 재료들에도
자연스럽게 감칠맛 성분은 존재해요.

즉, 사람들은 원래부터
감칠맛을 좋아해 왔던 겁니다.
다만 그 정체를
MSG라는 이름으로 처음 인식했을 뿐이죠.

과학적으로도
MSG는 감칠맛을 내는 하나의 물질일 뿐,
특별히 위험하다고 볼 근거는 크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감칠맛이 다시 주목받은 이유

이 시점에서
앞선 글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단맛과 자극적인 맛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담백함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있었어요.

바로 깊이입니다.

담백하지만 밋밋하지 않은 맛,
자극적이지 않지만 만족스러운 맛.
그 중심에 감칠맛이 있었죠.

육수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발효 음식이 재평가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감칠맛은 자극 없이도
맛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줍니다.


MSG를 다시 바라보게 된 시선

요즘은 MSG를 무조건 숨기기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해졌어요.

과도하게 사용하면
맛이 단조로워질 수 있지만,
적절하게 쓰이면
요리를 안정감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 변화는
MSG 자체가 달라졌다기보다는,
우리가 맛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겁니다.

무조건적인 거부가 아니라,
이해하고 선택하는 단계로 넘어온 거죠.


감칠맛은 ‘요리의 중심’을 잡아주는 맛

감칠맛은 튀지 않습니다.
단맛처럼 즉각적인 쾌감을 주지도 않고,
매운맛처럼 강렬하게 남지도 않죠.

하지만 음식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감칠맛이 잘 살아 있는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은데 계속 생각나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게 돼요.

이건 요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MSG가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의 의미

MSG가 다시 이야기된다는 건
사람들이 더 이상
‘착한 음식 vs 나쁜 음식’ 같은
단순한 구분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왜 맛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내가 이 맛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MSG는 그 과정에서
다시 등장한 단어일 뿐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감칠맛이라는 감각이죠.


깊은 맛을 즐길 준비가 된 입맛

감칠맛의 재평가는
우리 입맛이 한 단계 더 깊어졌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강한 자극보다
균형과 여운을 즐기게 되었고,
맛을 단순히 ‘센지, 약한지’가 아니라
‘어떻게 완성되는지’로 보게 되었으니까요.

MSG는 그렇게
악마에서 주인공이 된 게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역할을
다시 인정받은 것에 가깝습니다.